SK텔레콤, AI 사업 속도 낸다…독자 모델부터 ‘모두의 AI’까지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이 구체적인 서비스와 정부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AI 모델, 생활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해온 가운데 정부의 주요 AI 프로젝트에서도 연이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대표이사 사장)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글로벌 행사였다. 당시 정 CEO는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언급하며 SK텔레콤이 통신을 통해 축적한 연결 역량 위에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쌓아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수십 년간 이어지는 건축처럼 AI 사업도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와 기술, 서비스가 단계적으로 결합하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SK텔레콤은 국내 AI 산업에서 주요 사업자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국민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여기에 사이버 보안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에도 주관기업으로 참여를 추진하면서 AI 적용 분야를 넓히는 모습이다.
정부 ‘모두의 AI’ 사업자로 선정
SK텔레콤의 최근 성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AI 서비스 보편적 활용 지원 사업’ 참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에 따르면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카카오·KT 컨소시엄과 함께 해당 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정부 공모에는 모두 6개 사업자가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서면 및 발표 평가를 통과한 3개 사업자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SK텔레콤은 이번 사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모델을 실제 국민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생성형 AI 서비스가 주로 질문에 답하거나 정보를 찾아주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SK텔레콤이 구상하는 서비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작업을 AI가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특정 지역에서 식당이나 병원을 찾을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 전화 연결이나 예약 과정까지 AI가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신회사에서 ‘풀스택 AI’ 기업으로
정재헌 CEO가 SK텔레콤의 AI 사업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는 ‘풀스택 AI’다.
이는 AI 모델 하나만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AI 모델, 서비스까지 전체 영역을 연결하는 사업 구조를 의미한다.
통신사업자는 전통적으로 사람과 사람, 기기와 기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와 모델, 각종 서비스를 결합해 단순한 통신 인프라 제공업체를 넘어 AI 산업 전반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 조직에도 변화가 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유무선 B2B 사업과 공공·국방 분야 AI 사업을 담당하는 엔터프라이즈TF를 CEO 직속 조직으로 만들었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서도 개발과 운영 업무를 각각 담당하는 별도 조직을 마련했다.
AI 사업을 단순히 연구개발 조직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재헌 CEO 취임 이후 AI 조직 강화
정 CEO의 경력도 현재 SK텔레콤의 AI 사업 방향과 연결돼 있다는 평가다.
정 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SK텔레콤에 합류해 법무그룹장을 맡았다. 이후 SK스퀘어 출범 과정에서 전략과 법무, 재무 등을 담당했으며 SK텔레콤 최고성장책임자(CGO)로 활동할 당시에는 AI 거버넌스를 전담하는 조직을 직속으로 설치했다.
CEO 취임 이후에는 기존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센터와 AI 모델, 통신 서비스를 하나의 사업 구조 안에서 연결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AI 기술을 별도의 신사업으로 분리하기보다는 기존 통신 인프라와 결합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서 1위
SK텔레콤의 AI 기술 경쟁력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27일 공개한 2차 단계평가 결과에서 SK텔레콤 정예팀은 70.6점을 기록해 참여 기업 가운데 종합 1위에 올랐다.
업스테이지는 69.9점, LG AI연구원은 69.0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한국어 처리 능력과 AI 서비스의 신뢰성 등을 평가하는 NIA 벤치마크에서도 13.4점을 받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서비스로 연결하려는 SK텔레콤의 전략에 중요한 성과가 나온 셈이다.
특히 AI 모델의 성능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국민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0월 ‘모두의 AI’ 베타서비스 공개
SK텔레콤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기술을 실제 서비스로 확장할 예정이다.
‘모두의 AI’ 사업에서는 자체 개발 모델인 ‘A.X K2’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개발된 여러 AI 모델을 결합해 서비스를 구축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오는 10월 베타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사용자가 AI에게 단순히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AI가 이용자의 요청을 이해한 뒤 필요한 행동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한다.
식당이나 병원과 같은 생활시설을 검색한 뒤 이용자가 원할 경우 전화나 예약 과정까지 지원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접근성도 넓힌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방식뿐 아니라 전화와 문자 등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AI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까지 서비스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베타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이용자 반응과 사용 데이터를 확보한 뒤 서비스를 보완하고, 연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AI 영역, 생활에서 사이버 보안으로 확대
SK텔레콤의 AI 사업은 일상생활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사이버 보안 분야에 특화된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업스테이지를 비롯해 SK쉴더스, 안랩, 시큐아이 등 국내 보안 기업과 고려대학교, 숭실대학교 등 학계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의 사이버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신청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업스테이지와 협력한다는 것이다.
AI 모델 개발 역량은 업스테이지가 담당하고 보안 기업들은 실제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눈다. 이후 완성된 AI 모델이 실제 사이버 보안 업무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구조다.
AI 모델 개발사와 보안 전문기업, 대학이 각각 가진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해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AI를 만드는 방식이다.
‘AI의 성당’ 구상, 실제 서비스로 이어질까
정재헌 CEO가 올해 초 바르셀로나에서 제시했던 ‘AI의 성당’이라는 비전은 이제 구상 단계에서 실제 서비스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통신망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자체 AI 모델을 개발한 뒤 이를 국민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사이버 보안과 공공·국방 등 산업별 AI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SK텔레콤이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앞으로의 과제도 적지 않다. AI 모델의 기술적인 성능을 확보하는 것과 실제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두의 AI’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AI가 전화와 예약 등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높은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서비스 성공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베타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직접 시험한다. 이후 연내 정식 서비스가 예정된 만큼, 실제 이용자들이 ‘모두의 AI’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SK텔레콤의 AI 전략을 평가하는 중요한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생활 서비스까지 연결하려는 SK텔레콤의 전략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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