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조, 9월부터 파업 예고…임금 인상·성과 배분 놓고 노사 충돌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둘러싼 노사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실제 쟁의행위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9월 초 일부 간부와 대의원을 중심으로 작업을 중단한 뒤 중순부터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부분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이번 파업의 주요 쟁점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비롯한 보상 수준이다. 노조는 조선업황이 회복되고 회사의 경영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성과를 노동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7차례의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 측의 구체적인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첫 파업은 9월 2일…7시간 작업 중단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28일 울산에 있는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확정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노조 집행부와 교섭위원, 대의원 등이다. 이들은 9월 2일 7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이후 9월 10일까지는 노조 산하 조직별로 4시간씩 작업을 멈추는 방식으로 쟁의행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모든 날에 파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9월 3일과 7일에는 정상적으로 조업을 진행한다. 초기에는 노조 핵심 조직이 중심이 되어 단계적으로 작업 중단에 나서면서 회사 측에 협상 진전을 촉구하는 형태다.
이후 파업의 범위는 더욱 확대된다. 노조는 9월 15일부터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따라서 9월 초 회사 측이 의미 있는 협상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이후 노사 갈등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요구
노조가 회사에 전달한 요구안은 단순한 기본급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업 회복에 따라 개선된 회사의 실적을 임직원이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 노조 요구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기본급 월 14만96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상여금은 100% 인상해 달라고 제시했다. 여기에 회사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로 노동자들에게 공유하는 방안도 요구사항에 포함했다.
복리후생과 고용과 관련한 요구도 있다. 휴가비와 축하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해 고용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노조가 성과 공유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최근 조선업의 업황 개선이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박 수주를 확대하면서 생산 물량이 늘고 있고, HD현대중공업 역시 사업 환경이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따라서 회사의 실적 개선이 일부 경영진이나 주주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17차례 만났지만 회사 제시안 없어
노사는 지난 6월 2일 올해 임단협을 위한 상견례를 시작했다. 이후 8월 27일까지 모두 17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노조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회사가 임금이나 성과급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협상 횟수는 늘었지만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놓고 본격적인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 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교섭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파업 일정을 확정하면서도 사측과 협상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삼고 있어 앞으로 남은 교섭에서 회사가 어떤 안을 내놓느냐가 중요해졌다.
결국 파업을 피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노조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조합원 95.93%가 파업 찬성
노조는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위한 절차도 마쳤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중지 결정 이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는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 전체 조합원 8127명 가운데 5607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5379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투표 참가자를 기준으로 한 찬성률은 95.93%다. 전체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 비율 역시 66.19%를 기록했다.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난 만큼 노조 집행부로서는 예정된 일정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2023년 이후 4년 연속 파업 가능성
올해 파업이 현실화하면 HD현대중공업은 2023년부터 4년 연속 노조의 파업을 경험하게 된다.
지난해에도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강도 높은 쟁의행위를 벌였다. 당시 전면파업이 4차례 진행됐고 부분파업도 11차례 실시됐다. 노사 협상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생산 현장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올해 역시 초기에는 부분적인 작업 중단으로 시작하지만, 회사의 제시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조선업은 선박 건조 일정과 공정 관리가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일정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반대로 노조 역시 조선업 회복세를 활용해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입장이어서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9월 1일 18차 교섭이 분수령
노사 간 협상은 파업 일정과 별도로 계속된다. HD현대중공업과 노조는 9월부터 본교섭 횟수를 기존 주 2회에서 주 3회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중요한 일정은 9월 1일이다. 첫 파업이 예정된 9월 2일을 하루 앞두고 18차 본교섭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회사 측이 임금과 성과급 등에 관한 첫 구체적인 제시안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만약 사측이 노조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파업 일정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회사의 제시안이 없거나 양측의 입장 차이가 계속된다면 9월 2일 예정된 첫 파업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추석 전 타결 가능할까
이번 HD현대중공업 임단협의 최종적인 관건은 노사가 임금과 성과 배분에 대한 현실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신규 채용까지 요구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의제가 적지 않다.
회사가 실제 경영 여건과 향후 사업 전망을 고려해 어느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할지가 중요하다. 노조 역시 조선업의 회복세가 장기적인 호황으로 이어질지 여부와 회사의 부담 등을 고려하면서 협상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양측 모두 파업 장기화가 가져올 부담을 고려한다면 결국 대화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노조는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9월 초 집중 교섭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첫 교섭부터 회사 측의 구체적인 제시안이 나오지 않았던 만큼 단기간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HD현대중공업 노사 협상은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를 넘어 조선업 호황에 따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자의 보상을 어떤 수준에서 조화시킬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9월 1일 열리는 18차 본교섭과 이어지는 파업 일정에서 회사와 노조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올해 임단협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예정된 파업을 실제 충돌로 이어갈지, 아니면 집중 교섭을 통해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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